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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성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치아를 이용한 방사선 피폭량 측정기 옆에 섰다.
오른쪽부터 예성준 교수와 오정훈, 구창욱, 박종인, 최권 연구원.

 

지하의 긴 계단을 지나자 실험실이 나타났다. ‘X선 조사 중’이라는 푯말 아래에 방사선 마크가 선명했다. 책상 위에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파란 수지가 23개 늘어서 있었다. 수지마다 작은 귀고리 크기의 하얀 물건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사람의 치아였다.

6일 오후 경기 수원시 광교테크노밸리 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묘한 표정을 눈치 챈 듯 박종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은 “환자에게서 뽑은 치아를 치과의 협조 아래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 서 있던 최권 연구원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도 통과했다”며 “이런 치아가 1000개쯤 된다”고 덧붙였다. 1000개라니 으스스한 기분이 더 들었다.

이 치아는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 일본 정부가 애타게 찾던 기술이다.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데, 피를 뽑아 혈액세포의 DNA 변이를 찾는 기존 기술은 너무 느리고 고통이 심했다.

피폭량은 주민을 무균시설이 있는 병원에 보내 비상진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항암 방사선치료 때 하루에 받는 피폭량(약 1.8그레이) 이상의 강한 피폭은 사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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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박종인 최권 연구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기존 기술은 치아를 뽑거나 일부를 떼어낸 뒤 가루를 내서 측정해야 해 환자의 고통이 심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치아를 5분간 기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정확한 피폭량을 잴 수 있다. 연구팀은 치과에서 얻은 실제 치아에 방사선을 조사해 성능을 반복 확인했다. 병원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까지 했다.

현재 이 기술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촬영 등 일상적인 방사선 피폭은 확인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보다 피폭량이 큰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도를 높이면 의료 등 방사선 탐지에 활용할 수 있다. 예 교수는 “기기를 소형화, 디지털화해 일상에서도 쉽게 활용하도록 개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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